Interview with Architects
아쿠아플라넷 여수,제주,일산 건축가 한기영, 김미정
세계인의 시선을 집중시킨 2012 여수세계박람회에서 돋보이는 전시관은 단연 아쿠아리움이었다. 연면적 1만
6,400㎡, 수조 6,030t으로 국내 최대규모인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표현하기에 충
분했다. 관람객들에게 바다 속 재미와 감동, 교육적인 콘텐츠로 인기를얻은 아쿠아플라넷의 두 여성 건축가를
인터뷰했다. 한기영 본부장과 김미정 소장은 간삼건축의 전시, 문화시설의 건축 설계를 주로 담당해 온 아쿠아
리움 베테랑 건축가이다.
Q. 두 분 모두 간삼건축에서 문화시설 분야에 많은 경험을 쌓으신 건축가이십니다. 간삼건축만의 전시, 관람시
설 디자인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A. 한기영 본부장(이하 한) 간삼건축이 디자인한 문화시설은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아름답고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시시설은 전시될 작품들을 방해하지 않고 더욱 빛나게 하며, 건축 자체는 단아한 절제미를 갖고 있
습니다. 관람시설은 관람 대상과 건물이 지어질 땅의 상황을 잘 해석해 내서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것 같은 자
연스러움과 관람 대상을 더욱 흥미롭게 하는 디자인입니다. 간삼건축의 디자인 철학이 인간을 위한, 시간을 뛰
어넘는, 공간의 창조입니다. 그래서 간삼건축의 모든 디자인은 사람이 중심이 되고, 시간의 변화와 함께 성장해
가는 창조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A. 김미정 소장(이하 김) 간삼건축의 디자인 경쟁력은 시간, 공간, 인간을 근본으로 하는 간삼의 창립이념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시대상의 과거-현재-미래의 이야기를 폭넓게 아우르고, 변화되는 전
시 콘텐츠와 관람객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의 기본 틀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시간을 담는 방법
입니다. 또한, 건축물 내 외부 공간이 주는 감동을 담고자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인자들의 조화를 끝없이 상상
하는 것이 공간을 만드는 방법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과 공간의 주체인 인간을 최우선으로 디자인을
완성해나간다는 것이 간삼건축의 디자인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건축가들에게는 미술관과 같은 문화시설을 설계하는 것이 큰 꿈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전시, 관람시설 건축
의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A. 한 사람들은 문화를 통해서 서로의 영혼과 가슴을 울림으로써 소통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관이나 전시시
설은 그러한 문화를 담는 그릇이 되는 셈이지요. 건축물에 담을 내용이 문화이기 때문에 설계 과정은 먼저 나 자
신의 영혼과 가슴이 울리는 문화생활을 즐기는 과정이 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습니다. 또한, 향수병이나 보석을
담는 케이스가 아름답듯이 건축물에 담을 내용이 우리 마음속의 보석 같은 것들이 때문에 담을 내용에 걸맞은
아름다움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이 문화시설 디자인의 매력입니다. 문화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든 행위
는 문화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에, 전시되는 작품들에 대한 배려뿐만 아니라 문화시설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서
로 마음껏 다양하게 문화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을 만들어 내는 과정도 문화시설을 디자인하는 매력
중의 하나입니다.
Q.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아시아 최대의 아쿠아리움이자 한화에서 운영하는 아쿠아플라넷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
라 들었습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와는 어떠한 연계성이 있는지, 건축적으로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요?
A. 김 아쿠아플라넷 제주와 여수의 차이점은 위치한 입지적 여건과 개발목표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둘 다 바
다에 인접한 입지적 환경은 유사하나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엑스포를 기점으로 건립되어 엑스포의 주제이자 장
소적 의미를 담은 다도해 연안의 지형 모습을 모티브로 형상화되었으며, 엑스포 기간에는 지루한 대기 줄을
Event Space와 Retail Street를 즐길 수 있도록 Inner Valley를 제안하고, 엑스포 이후에는 다양한 지역적 요구
와 콘텐츠의 변경이 용이하도록 아쿠아리움을 3개의 관으로 분리 제안하였습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연중
비바람이 많은 기후적 특성을 감안하여 실내에서 충분히 다양한 해양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고, 외
부의 제주바다와 성산 일출봉을 감상할 수 있도록 관람환경을 조성하여 아쿠아플라넷 제주만의 장소성을 부각
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또한, 생물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좀 더 가까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행동전시를
입체적인 공간으로 구현하였으며, 바다생태와 좀 더 가까운 생태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메인 수조를 단일수조 규
모 6,000톤, 1만 여 마리의 바다생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대형수조로 계획하고 W 23m * H 8.5m, 아크릴 두께
65cm의 아시아 최대 규모의 I-Max Sea를 구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Q. 아직 오픈 전인 아쿠아플라넷 일산은 그 외관 형태에 있어서 아쿠아플라넷 제주, 여수와 눈에 띄게 다른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A. 한 일산 아쿠아리움은 위치, 프로그램이 여수, 제주 아쿠아리움과 다릅니다. 여수와 제주의 아쿠아리움은 바
닷가에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지만, 일산아쿠아리움은 주거와 상업시설이 있는 지역의 호수공원 바로 옆에 위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수와 제주는 아쿠아리움이 위치해 있는 바닷가 자연과 최대한 일치할 수 있도록 처음
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 같은 외관이 되도록 의도하였습니다. 그래서 여수는 바닷가 연안의 바위처럼 디자인하였
고, 제주는 섭지코지 일대의 화산암이 융기되고 주변의 모래가 어우러지며 바람이 심한 바닷가의 파도 등을 디
자인의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일산은 주변이 주거와 상업시설이 있는 지역이었고, 또한 아쿠아리움의 프로그램
도 심해의 바다에서부터 육지의 동물까지 전시하고 있어서 생명 탐험을 위해 항해하는 배라는 주제로 디자인하
였으며, 상대적으로 여수, 제주 아쿠아리움에 비해 전시하는 동물의 종류가 다양하여 다양한 종의 생활 환경이
반영되었기 때문에 다르게 보이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Q. 아쿠아리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A. 김 아쿠아리움은 박물관, 미술관 등과는 달리 살아있는 생물을 전시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고
또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생물의 생명유지장치인 LSS (Life Support System)가 수조면적만큼이나 필요하
고, 관람객들에게 보이지 않는 Back Space에서 아쿠아리스트를 비롯한 전문인력들이 물고기의 수급과 케어를
위해 밤낮으로 땀 흘리고 있다는 사실들은 아쿠아리움을 설계하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 아쿠아리움을 설
계하면서 생물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부쩍 생기게 된 것 같고, 나아가서는 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에
도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걸 보면 아쿠아리움 설계과정이 제게는 감동적인 자연 다
큐멘터리가 되어준 것 같습니다.
Q. 현재 먼저 그 길을 밟은 여성 건축가로서 여성 건축학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 드립니다.
A. 김 제가 입사하던 때와 지금의 건축환경은 많이 달라져서 여성, 남성이라는 것보다 서로 어떻게 함께 시너지
를 내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여성건축학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남녀 또는 개인의 차이를 건강하게 인정
하고 자신이 좀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co-work을 통해 채워나갈 수 있는 지혜를 가졌
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결혼과 출산 이후에 건축을 병행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의논해오는 후배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말은 가족에게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고, 내가 경
험하는 가사, 육아, 가족관계 등의 경험들이 건축을 좀 더 성숙하고 섬세하게 배려하게 되는 과정이 되어줄 것이
라는 걸 믿고 행복한 여성건축가의 길을 함께 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