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삼건축의 병원건축가
가천대학교 길병원 건축가 이태민
의료를 디자인하는 시대다. 이제 병원은 단순히 치료의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간 자체가 치료의 도구로
인식되고 병원은 치료의 공간을 넘어 새로운 문화의 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간삼 건축가 이태민
은 병원의 변화를 사회적인 트렌드 변화에서 찾았다.“ 현대 의료의 목표는 치료에서 치유로 나아가고 있어요. 병
원의 변화도 이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라고 봅니다.” 건축은 시대의 욕구를 반영한다. 사회적인 수요와 공감
대, 그리고 문화적 욕구가 건축 디자인을 결정한다. 의료 디자인의 시대를 맞아 병원의 화려한 변화와 미래상을
간삼건축 다섯명의 병원 건축가들을 통해 알아보기로 했다.
Q. 병원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의료 행위나 의료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현
장 실무를 경험하셨는데, 본부장님이 생각하는 의료서비스의 구체적인 정의는 무엇이며, 좋은 병원건축이란 어
떤 것인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A. 일반적으로 의료는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손상이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며 예방하는 모든 과정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본질은 단지 약을 처방하고 주사를 놓고 수술을 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 인
간을 위해 해주는 좀 더 큰‘ 무언가’를 의미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환자를 위한 위로일 수도 있고, 휴식을 제공하
는 것일 수도 있으며 따뜻한 햇살을 비추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의료서비스는 인간이 다른 인간
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그 시대에 가장 정제된 의술과 문화적 배려를 제공하는 모든 행위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 부분에서 건축의 무거운 역할과 책임을 생각합니다. 아픈 사람을 위해 웅장하고 화려한 공간을 제공하고 음
악을 들려주는 것은 덜 무섭고 덜 싫은 병원의 모습일 뿐 환자에 대한 근본적인 배려는 아닙니다. 건축은 공간
을 통해 의료행위에 얽힌 모든 사람들이 거리낌없이 소통할 수 있고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
다. 결국 좋은 병원건축이란 환자와 병원 사이를 연결하는 감성의 매개체로서 건축이 존재하고, 인간이 인간을
위로하고 돌보는 과정이 가장 효율적으로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좋은 병원을 짓기 위한 간삼건축의 노력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A. 근본적으로 환자의 치료라는 그 본연의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다만, 현대 의료의 목표는 이러한 치료의 목표
에서 더 나아가 치유로 나아가고 있으며, 의료기술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많은 병원들은 지은
지 오래되지 않아 벌어지는 공간의 부족, 의료 트렌드의 변화에 따른 의료공백 없는 물리적 대응의 어려움, 복잡
하게 얽혀 있는 각 시설 상관관계의 우선순위, 환자의 안전, 복잡한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할 환자의 입장에서
본 쉽지 않은 길찾기, 비용과 서비스 사이에서 고민하는 병원운영 등 수많은 고민들을 안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
러한 해결들은 생각의 전환, 프로그램의 제시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간삼은 이러한 다양한 시각에서 프로젝트
를 접근하고 있습니다. 간삼의 경계 없는 다양한 시각은 간삼의 강점분야인 리조트 설계 노하우가 간접적으로
병원시설에 접목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각종 연구, 특수시설의 노하우가 병원의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
기도 합니다만, 인간과 환경에 대한 배려는 간삼의 모든 설계분야에 있어서 언제나 가장 중요한 주제입니다.
Q. 가천대 길병원 암센터 설계시 가장 주안점을 둔 목표나 설계개념은 무엇이었나요?
A. 가천대 길병원 암센터는 간삼건축이 설계한 기존의 응급센터를 증축하여 암센터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증
축된 암센터는 기존 응급센터와의 연계를 가지면서 통합된 의료서비스 시설로써 기능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를 위해 센터로서의 협진체계의 효율적인 구성을 만들어 낼 것, 기존의 건물과 하나가 될 것, 증축부분으로 병
원의 새로운 얼굴을 만들 것 등 이 세가지가 프로젝트의 가장 큰 주안점이었습니다.
Q. 건축을 할 때 콘텍스트(context:주변 여건과 상황)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주변의 콘텍스트와는 어떤 관계를
맺으며 설계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대로에 면한 부지의 성격에 따라, 병원뿐만 아닌 도시를 배려한 넓은 공개공지를 전면에 할애함으로써 이전
의 딱딱한 병원이 아닌 지역을 배려하는 편안한 병원이 되고자 했습니다. 길병원 타운에서 연결되는 지하 통로
로부터 지상의 1, 2층의 오픈 된 외래공간까지를 전면의 공개공지와 연계함으로써 밝고 환한 병원을 계획함과
동시에 한눈에 전체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길찾기 쉬운 병원을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증축되는 부
분은 후면의 응급센터에 최대한 붙여 계획하게 되었고, 복잡한 구조를 해결하여 병동의 흐름도 단순하게 구성하
였습니다. 이러한 지역사회를 배려한 넓은 공개공지를 향해 헬리포트 및 경사로, 엘리베이터 타워와 휴게공간
을 일체화한 디자인은 형태적으로도 길병원 암센터의 아이덴티티를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Q. 건축은 건축주와 시공회사, 건축가가 있는 상업적 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이에서 의견 조율
을 해야 할 때가 많으실 텐데, 이번 프로젝트에서 건축주의 의견은 어떤 형태로 반영되었나요?
A. 건축주인 이길녀 회장님은 병원이 자생력을 가져야 환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퀄리티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는 생각을 갖고 계십니다. 또한 병원의 랜드마크적 인지성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계십니다. 길병원의
경영에 있어서도 잘되는 병원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병원 홍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
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서도 병원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주문이 많이 있었으
며,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위한 효율성에 그 초점을 맞추어 병원 인지성 강화, 수익시설의 배치와 대기 및 휴게
서비스 체계화 등의 상업적 고려는 물론 길병원의 설립정신과 환자중심의 의료문화 같은 병원철학에 대한 건축
적 고려도 이번 증축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고려 되었습니다.
Q. 간삼을 대표하는 건축가로서 그 동안 수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습니다. 건축을 지망하는 후배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합니다.
A. 모든 건축 디자인이 그렇습니다만, 좋은 병원 디자인이란 사람에 대한 애정과 이해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사
람은 이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이 병원을 운영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이 병원의 구성원일 수도 있
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이 병원이 속한 지역사회, 이 병원을 모델로 보게 될 사회, 그리고 우리의 후세가 될 수
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배려한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일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건축 디자인을 하나의 인
문학으로 보는 이유도 이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의 후배들은 이러한 건축의 기본을 늘 마음에 담고, 여러 어
려운 상황에도 좌절하지 않고 이겨 나갔으면 합니다. 우리의 많은 일들 중 하나가 그 누군가에겐 평생의 꿈이기
도 하고, 한 나라와 사회의 숙원 사업일 수도 있음을 늘 기억했으면 합니다.
건축가 이태민 (주)간삼건축 설계6본부 본부장/전무
간삼건축 제6설계본부를 이끌고 있으며, 다양한 장르의 설계를 담당하였지만 특히 연구소, 공장 및 의료시설 건
축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통합형 건축가이다. 주요작품에는 명지병원, 강남성모병원 마스터 플랜, 장애
인 종합체육시설, 설악 소라노 한화리조트, 동해시 ANVA EXPO 전시관, 태국 적십자 PFP, 셀트리온 송도 2단
계 프로젝트, 대한생명 일산사옥, LG생명과학 오송캠퍼스, 타워호텔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대학교 병원
HRD 센터, 가천대 길병원 암센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