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삼건축의 병원 건축가
대구산재재활병원 건축가 이종훈, 이주랑
의료를 디자인하는 시대다. 이제 병원은 단순히 치료의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간 자체가 치료의 도구로
인식되고 병원은 치료의 공간을 넘어 새로운 문화의 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간삼 건축가 이태민
은 병원의 변화를 사회적인 트렌드 변화에서 찾았다.“ 현대 의료의 목표는 치료에서 치유로 나아가고 있어요. 병
원의 변화도 이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라고 봅니다.” 건축은 시대의 욕구를 반영한다. 사회적인 수요와 공감
대, 그리고 문화적 욕구가 건축 디자인을 결정한다. 의료 디자인의 시대를 맞아 병원의 화려한 변화와 미래상을
간삼건축 다섯명의 병원 건축가들을 통해 알아보기로 했다.
[건축가 이종훈 Interview]
Q. 대구 산재재활병원 설계시 다른 건축물과 가장 차별화되는 내부의 동선계획과 공간계획은 무엇입니까?
A. 대구산재병원을 설계할 때 병원이 아니라 집이나 콘도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요양치료를 받고 있는 느낌
을 주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의료 스탭들의 관리를 받기보다는 환자가 스스로 치료
공간에 가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동선을 구성했고 복도에서 환자가 대기하던 것을 치료공간과 바로 연결
된 홀에서 환자들이 기다리게 하여 자연스럽게 환자들이 치료공간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동선을 연결했습니다. 내
부 공간은 병동부에 대한 구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는데 병동 한 층에 병실이 30여개 정도가 들어가야 해서
병동 중앙에 중정을 계획하여 다수의 병실이 구성되면서 두꺼워진 매스 사이에 빛이 고르게 유입되도록 했습니
다. 중정 주변으로는 치료시설이 마련되었고 환자들의 동선이 같이 움직이게 해서 환자들끼리 서로 치료받는 모
습을 바라보면서 치유의 힘과 의지를 다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특히 중증치료실과 수치료실은 별도의 매스
를 만들어 환자들이 고급 헬스클럽에서 레저와 치료를 함께 받는 느낌이 들도록 리조트 같은 공간을 연출했습니
다. 체력단련실에서 내려다보면 수영장이 보이고 병동에서도 치료실 조망이 가능해 적극적인 재활환경을 조성
하고 병원 내에서 작은 커뮤니티가 형성되도록 계획하였습니다.
Q. 주변의 물리적인 요소들과는 어떤 맥락을 맺으며 설계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논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대지에 대구산재병원이 들어섰는데, 처음 대지를 접했을 때 논 한가운데 거대한
바위를 상상하게 됐습니다. 그 거대한 바위 위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고 큰 나무 아래 농부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평상을 연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현상설계에서도 떠있는 매스 안에서 환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치유공간을 찾아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발전시키게 되었습니다. 구현된 공간도 병동부가
일반적인 병실처럼 바닥에 붙어서 올려지는 것이 아닌, 저층은 자유로운 공간에 병실부는 떠 있게끔 구성되었습
니다.
Q. 대구시 건축상을 수상하셨습니다. 그래도 건축가로서 아쉬운 점이나 설계안과 다르게 시공되어 실현되지 못
한 부분이 있나요?
A. 대구시 건축상을 수상했는데도 사실 안타깝게도 대구산재병원에는 상패가 게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
는 시공이 완벽히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설계초기에 병원 운영팀이 구성되면 그 운영팀에 의해
많은 설계 변경사항이 있게 되는데, 대구산재병원의 경우는 병원운영팀이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던 시기에 구성
되어 디테일한 의견조율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최저가 입찰로 시공사가 선정되다 보니 많은노
력을 했지만 시공능력이 따라오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시공사도 한계에 부딪혔었고 여러 가지 하자문제로 건
축주와의 분쟁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원 당시 병원근무자나 온라인, SNS를 통하여
접한 고객들의 반응은 좋은 부분이 많았습니다만 수상후 건축주와 의견교환을 했을 때에는 짧은 설계기간, 시공
의 문제를 포함하여 운영팀과 디테일한 협의를 통한 디벨롭이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건축가 이종훈 (주)간삼건축 전략디자인사무소 소장/상무
전략디자인 사무소를 이끌고 있는 이종훈 소장은 간삼건축 초기 의료시설 프로젝트였던 관동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설계를 담당하였으며, 최근에는 그가 진행한 서울척병원, 대구산재병원이 준공되었다. 이외에도 삼성
동 종로학원, 63빌딩 리모델링, 한성컨트리클럽 클럽하우스, 서울일본인학교, GS스퀘어 롯데백화점 평촌점,
LG 트윈타워 리모델링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건축가 이주랑 Interview]
Q. 대구산재병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재활병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반 병원과 비교하여 대구산재병원의
가장 큰 차별성은 무엇이라 보는지요?
A. 대구산재병원의 특이한 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치료 이외에도 병원에서 환자에게 일어나는 일상
생활 자체가 재활치료가 될 수 있도록 곳곳에 여러가지 장치를 설치하였다는 점. 예를 들면, 환자가 간병인의 도
움 없이 손을 닦고, 스스로 화장실에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침대 사이에 세면대를 설치하고, 화장실을 병실
가운데 배치한 것, 환자가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살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널스스테이
션 가까이 환자들의 식당공간을 계획하였다는 점입니다. 또한 기능적으로 이동하는 복도가 아니라 다양한 만남
과 이야기가 발생할 수 있도록 공간화된 복도를 만들었습니다. 벤치와 재활치료 기구가 설치되어 있는 복도, 마
을의 정자 또는 큰 나무 아래에 있는 것 같은 치료 대기공간, 작은 음악회가 열릴 수 있는 로비공간이 바로 그것
입니다.
Q. 대구산재병원은 건축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기억되나요?
A. 제가 처음 했던 병원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매순간 어려웠지만 무식한만큼 용감한 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병원같지 않은 병원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했고, 신나게 일했
던 것 같습니다. 물론 현상공모 이후 설계변경, 조달청, 근로복지공단 등 여러 관계기관들에 대한 승인 및 설계
보고 등의 복잡한 절차들로 힘들었던 적도 많았지요. 이제 그 건물이 완성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자체가 감동적
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환자들과 스텝, 주민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로비에서 열리는 음악회
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지, 하늘이 보이는 Gym에서의 재활치료는 즐거움이 될런지, 작은 정원과 벤치에서 소
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지. 대구산재병원의 생활을 머리 속에 그려보곤 할 정도로 저에게는 힘들었던 만큼 애정
이 남는 프로젝트입니다.
건축가 이주랑 (주)간삼건축 설계6본부 실장
현재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 증축 및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PM을 담당하고 있으며, 한국의료복지건
축학회 정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는 대구산재병원을 포함하여 서울 척병원, 첨단
의료복합단지, 충북대학교 병원 호흡기 전문질환센터, 영남대학교 병원 호흡기전문질환센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