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초등학교 건축가_오유섭
Architect Oh Yu Sub
“건축가로서 계획 초기에 항상 하는 고민은 사용자들에게 과연 어떤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인가? 입니다. 이번 만
성초등학교 프로젝트에서 제가 만들고 싶었던 공간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놀며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건축
은 내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남의 집을 짓는 일이어서 내 욕심만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고 사용자가 살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가 그 공간을 사용하면서 더욱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집을 짓는 것이 건축가로서의 꿈입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건축가의 꿈이 아닐까요?”
Q. 이번 만성초등학교의 컨셉을 교류와 소통의 공간만들기라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어떻게 구현
하셨나요? 그리고 학교는 지역사회와 어떠한 관계를 맺을 수가 있는지요?
A. 건축가로서 계획 초기에 항상 하는 고민은 사용자들에게 과연 ‘어떤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인가?’입니다. 이번
만성초등학교 프로젝트에서 제가 만들고 싶었던 공간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놀며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어른
들의 표현으로는 교류와 소통의 공간 만들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세대가 다녔던 학교는 대부분 교실과
긴 복도로 이루어진 일방향 복도의 학교였습니다. 저는 지나가는 통로로써 기능적인 복도가 아닌 아이들이 친구
들과 이야기하고 놀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이것이 다른 반과 학년, 특별교실, 도서관까지 연결되어 순환될
수 있는 교류와 소통의 장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실내의 복도 공간을 순환시키고 연결하면서 만들어
진 것이 안마당입니다. 건축적인 용어로 중정 이라고 합니다. 안마당 공간은 유치원이나 저학년 아이들의 놀이
터가 될 수도 있고, 식당 앞의 나무단상이 무대가 되어 학생들이나 부모님 또는 지역 음악인의 야외 음악회의 장
소도 될 수 있으며, 특별한 날 밤에는 외벽에 스크린을 설치해 가족들과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도서관
역시 방과 후에도 아이들이 책을 보며 머무를 수 있고, 부모님이나 지역 주민들이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에 참여
할 수 있도록 지역에 개방된 시설입니다. 접근성을 감안하여 1층에 계획했고, 날씨 좋은 계절에는 밖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안마당과 연계되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공간들을 통해 학교가 단순히 공부만 하는 장
소가 아닌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와 지역사회 사이의 교류와 소통의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설계했습니
다. 이런 공간에서 다양한 개성과 창의적인 인재도 양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전주만성초등학교는 조달청/교육청 발주 프로젝트입니다. 민간 발주 프로젝트와 다른 점을 중심으로 건축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A. 가장 큰 차이점은 ‘사용자(수요자)의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는가’ 여부입니다. 민간 발주프로그램과 달리 국
립 초중등학교의 설계는 조달청과 교육청이 건축주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조달청과 교육청은 초중등학교의 설
계 및 건설 업무를 대행하는 기관으로 관련 업무를 수행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예산관리나 일정
관리, 시설에 대한 유지관리, 안전관리 등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달청이나 교육청은 건축물의
실사용자가 아니다 보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의견이 사용자보다는 부족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시도의 반영(건
축계획의 공간적, 재료적, 제도적 측면)에 대해서 기존의 매뉴얼이나 관행의 범위 안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조금
은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조달청과 교육청에서도 설계자의 의견과 의
도를 존중하면서 함께 고민한 결과로 기존의 초등학교와는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는 건축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공공(교육청) 발주에서도 디자인 감리가 필요하다 하셨는데 디자인 감리란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하게 되나요?
A. 디자인감리란 용어부터 생소하시죠? 우리나라에만 있는 용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건축물이 만들어지
기 위해서는 설계단계의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공사단계에서 설계 의도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합니다. 해외에
서는 설계대로 잘 지어지는지를 확인하고 설계 시 예측할 수 없는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공사 단계
에 설계자가참여하며, 국내 민간발주에서도 종종 수행되고 있습니다. 국내 공공발주에서는 감리업무가 대부분
입찰방식으로 이루어져 설계자가 공사 중에 의견을 제시하고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률상 낮은 것이 현실입
니다. 설계용역 업무상에 포함되지 않은 인테리어 설계, 조달청 구매품목인 교실 책상, 사물함, 신발장, 식탁 등
의 가구디자인, 색채계획, 각 교실 및 출입구에 대한 사인 디자인 등은 아이들이 직접 사용하고 가장 자주 접하
는 가정의 거실과 같은 것으로 건물의 설계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한 사항입니다. 설계와 함께 이러한 요소들이 합
쳐져서 전체의 건축물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인데, 현 실정은 설계와 분리되어 이루어지고 있으며 제도가 뒷받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도상의 조정이 어려운 환경이라면 설계자로 하여금 최소한 현장에서의 자문 역할이 필
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전주만성초등학교는 설계 당시부터 학교의 외관이 기존 학교와 다르게 무겁고 딱딱한 느낌이라는 주변의 의
견들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사용자의 평가는 어떤가요?
A. 요즘 새로 짓는 건물, 특히 신도시에 짓는 건물들은 유리 건물이나 화려한 색상의 건물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
습니다. 이러한 건물들은 처음에는 좋게 느낄 수 있으나 시간이 흐르면 쉽게 질릴 수가 있습니다. 수십년, 수백
년이 지나도 더 아름다워지는 유럽의 오래된 학교의 교사처럼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직한 힘이 있는 건물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학교가 지역의 중심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재료를 선정함에 있어서도 성장하
는 과정에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대입해 자연 소재인 벽돌을 사용하였고, 1층부에는 페인트 도색이나 별도
의 마감이 없는 나무 문양의 거친 콘크리트를 사용했습니다. 이에 반해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접하는 공간인 1
층 도서관이나 식생활관, 그리고 복도와 교실 등의 실내공간에는 맑고 투명한 유리와 밝은 색상을 적용해 따뜻
한 분위기를 연출하였습니다. 우려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당초 생각을 고수하여 진행했는데, 다행히도 처음의
부정적 우려와는 달리 새롭고 독특하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아진 것 같아 기쁩니다.
Q.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접하고 나니 보람을 느낍니다. 건축가로서 꿈은 무엇입니까?
A. 좋은 건물은 좋은 계획(아이디어)이 있어야 하며 이것을 잘 만드는 과정(시공)이 뒤따라야 합니다. 평소에 건
물을 지은 사람에 앞 서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를 궁금해 하는 풍토가 정착되기를 염원했습니다. 이번 만성초등
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감사한 것은 발주처(학교, 도교육청)에서 준공식에 제일 먼저 건축가를 초대해 주신 것
과 준공식에서 건축 컨셉을 설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신 것입니다. 사실 잠실종합운동장이나 국립중앙박
물관과 같은 큰 프로젝트의 준공행사에서도 건축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본적이 없었는데, 교육계에
계시는 분들의 생각이어서 그런지 건축에 대한 관심과 건축가에 대한 배려에서 저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건축
은 내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남의 집을 짓는 일이어서 내 욕심만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고 사용자가 살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요구사항대로만 디자인하자는 것은 아니고 사용
자가 더욱 즐거운 삶을 살수 있는 집을 짓는 것, 사용자가 살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집을 짓는 것이 건축가로서
의 꿈입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건축가의 꿈이 아닐까요?
건축가 오유섭 (주)간삼건축 설계7본부 이사
평소 건축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생각을 갖고 설계에 임하고 있으며 LG사이언스파크를 진행중이다. 주
요 작품으로 명지대 자연캠퍼스 마스터플랜, 백마관 신축, 제2공학관 리모델링, 경원대학교 강의동, 국제어학
원, 포스텍 해양대학원 마스터플랜,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마스터플랜, 연세대/GS칼텍스 산학협력관,셀트리온 2
단계사업, 서울서신초등학교 등이 있고, 기타 시설로써 국립생태원 마스터플랜 현상설계, 경주신라CC 클럽하
우스, 하이원 상동테마파크 등을 설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