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병원 전문 건축설계사무소, 간삼건축
건축가 이태상
간삼(間三)이란 사명이 인간, 시간, 공간에서 시작되었듯이 간삼건축의 설계 작업은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공간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사용자가 어떻게 이용하고 만족하는가에 대한 많은 고민과 그 치열한 과정 속의 결과물이다. 병원 설계도 크게 다르지 않은 접근 방식을 갖는다. 단 병원이 상당한 복잡한 기능의 집합이면서 규모가 대단해서 소도시의 인구와 맞먹는 이용자가 한정된 공간 안에 밀집되고, 의료 정책의 변화나 의료 소비자들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일반적인 건축물보다는 좀 더 기능이 강조되고 효율성, 가변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논리적인 면만 강조하다 보면 건축의 본질인 사람을 위한 공간임을 간과하게 만들어 버리곤 한다. 그러나 일련의 병원 설계의 결과물은 이러한 점을 경계하면서 공간의 혁신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016년에 새롭게 들어선 ‘신촌 세브란스 우리라운지’는 위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를 잘 보여준다. 부지는 본병원과 종합관 사이의 외부 공간이었는데, 이를 내부 공간화하여 두 건물을 이어주고 복합적인 장소로 재탄생하였다. 열대지방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야자수를 식재한 조경은 지금까지 대형 병원에서 볼 수 없었던 접근 방식으로 눈길을 사로 잡는다. 또한 단순한 휴게 공간이 아닌 문화 공간, 집회 공간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공간을 구성하여 병원건축의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까지 대형 병원 내의 확장되는 공간은 대부분 넘쳐나는 환자에 대한 대응을 위한 진료 공간 중심으로 수익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우리라운지는 치유 환경의 개념을 도입하여 단순히 숫자상의 이익을 넘어선 병원 경영진의 결단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를 적절한 공간의 변주로 엮어낸 것이다. 벽으로 막혀 있지 않은 부드러운 커브의 외곽 경계를 가지는 커다란 아트리움 안에서 펼쳐진 다양한 프로그램은 다양한 레벨의 연결을 통해 구분되거나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두 건물 사이의 동선으로 활용된다. 이것은 병원이라는 상당히 기능적인 건축에, 생명에 대한 이해와 인간을 중요시하는 감성 디자인이 더해져 점점 더 강해지는 의료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이 같은 건축적 접근 방식은 신촌세브란스 어린이 병원 리모델링 및 경희의료원 중정 공간에도 이어져 한정된 공간 내에서 숨은 보물을 찾아내듯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결국은 병원 건축의 본질은 사람이며 이러한 점을 어떻게 고민하고 배려하며 얼마나 혁신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내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2015년의 메르스 사태는 병원의 효율성, 경제성으로 포장되었던 느슨함을 반성하고 본질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병원에서 병에 대한 1차 방어선인 응급실 기능을, 개선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의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게 되었다. 최근 준공된 두 개의 응급실 개선 프로젝트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응급센터과 분당 서울대 병원 응급센터는 이러한 시작점에서 계획되었으며 철저한 동선 분리, 과밀화에 대한 대책, 여러 재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확보를 위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였다. 특히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센터에서 구현한 진출입이 구분되어 호흡기 의심 환자 발생시 폐쇄되는 방풍실, 대량환자 발생시 격벽으로 구분되는 중환자구역등은 새로운 건축적 시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에 그치지 않고 안정감을 주는 색상이나 인테리어를 통해 구현된 감성 디자인을 통해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시키고 안정감을 도모하는 내부 공간을 구현했다. 이 외에도 국가지정격리병상, 응급전용병상등을 설치하여 기능을 좀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응급실의 유형을 제시하였다.
재활병원이나 요양병원은 수개월간의 장기 입원환자가 대부분이어서 설계 과정에서 이에 대한 배려를 고민하게 되고 이것이 반영되어 치료와 치유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게 설계한다. 일반 병원들에서 경제적인 효율성, 진료의 효율성만을 따져 만들어지는 수직적 반복으로 변환되어 나오는 건조한 공간을 발상의 전환을 통해 결국 약간의 불편함이 있는 사람이 사용하는 특수한 상황의 주거 개념이 갖는 가능성을 공용공간의 가능성으로 시도한 결과물들이다.
간삼건축이 수행한 병원 프로젝트들은 리모델링이나 증축이 다수를 차지하는데, 이는 병원의 특성상 많은 변화와 확장이 요구되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병원건축을 말할 때 건축물이 완공되면서부터 변경이 이루어진다고 병원 관계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길병원 암센터는 권역별 응급센터 및 병동, 교육시설로 이루어진 기존 건축물에 수평으로 지상 및 지하를 증축하는 프로젝트였으며 기존 부분은 지속적으로 운영을 하면서 완성되는 건축이었다. 설계뿐 아니라 CM, 감리까지 수행하면서 기존의 타 시설의 재실 공사에 대한 노하우를 적용하여 많은 피드백을 얻었으며 그 후의 많은 병원 재실 공사에도 이러한 부분을 감안한 설계 프로세스를 구축하게 되었다. 그리고 길병원 본원 리모델링에서부터 시도되었던 디자인 아이덴터티(identity)를 가져가면서 도심 속에 만들어 낸 커다란 지상 휴게 공간 및 루프가든은 주변 환경의 약점을 보완하는 장치로 활용되었다. 또 다른 재실 공사이면서 대규모 리모델링 프로젝트인 '강동성심병원 증축 및 리모델링'은 기본적인 골격을 남겨둔 채 7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재건축하는 것이었으며 합리적인 동선 계획을 위한 지하 및 지하 통로를 구축하여 미래 의료 환경에 대응하는 병원으로의 가능성을 열었다. 과거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쾌적하고 건강한 의료 환경으로 탈바꿈하였다. 위와 같은 바탕은 간삼 설계 병원 건축의 출발점인 명지병원에 근원을 두고 있으며 대지를 이해하고 전체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하여 추후 변화 가능성에 대응하면서 도시적 관점의 병원의 대응과 과거의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에서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한다는 점 등 간삼의 병원 설계의 근원을 구축했다.
대규모 종합병원의 경우에는 미래에 대응하는 시스템 구성을 기본에 두면서 효율적으로 여러 상충되는 요소들을 조율해야 한다. 시공을 제외한 기획설계부터 감리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고 있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은 20년간의 병원 건축의 노하우가 결집된 프로젝트다. 800병상 규모의 최첨단 병원으로 환자중심 병원, 안전하고 깨끗한 병원을 목표로 부지의 형상을 이용한 자연 속 친환경 병원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첨단 병원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만족하면서 환자의 회복을 위한 치유환경 구현을 위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내외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표로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구현하였다. 건양대학교 새병원은 20년 동안 확장을 거듭해온 기존 병원에 앞으로의 20년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로 캠퍼스 전체의 이해에서 시작하여 앞으로의 발전축을 제시하고 그에 걸맞는 계획들로 채워나가는 프로젝트로 기존 건축물과의 조화 및 명확한 동선의 재정립을 통해 새로운 성장 비전을 제시하였다.
근대화와 인구 팽창에 따라 건립된 우리나라 병원들은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자 규모를 확장하기 위한 증개축 과정을 거치며 발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실패한 증개축은 건축물의 질을 떨어뜨리고 환자들의 만족도를 낮춤으로써 병원 경쟁력을 약화시킨 원인이 되기도 했다. 예전의 병원 건축은 병원의 효율성을 기능적으로, 물리적으로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발전해 왔지만 의료 서비스에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면서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병원 비교가 가능해진 최근의 의료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의료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 평준화된 것을 감안한다면 심리적 안정감이나 정신적 만족감을 주는 의료 서비스로의 소비자 니즈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간삼의 병원 건축은 생명에 대한 이해와 인간을 중요시하고 감성 디자인을 공간의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추구한다. 또한 미래를 대비하고 변화하는 시스템에 대응하여 병원 본연의 기능을 다시 되돌아보고 더 나은 효율을 추구하며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고자 하는 결과물들로서 의의를 갖는다.
건축가 이태상 (주)간삼건축 설계2부문 상무 [email protected]
세브란스 응급의료센터, 길병원 암센터, 동두천경찰서, 조선일보 뮤지엄의 프로젝트를 전체적으로 운용하여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반얀트리클럽앤스파 서울, 판교 실리콘파크 A-1-1블럭, 파리크라상 성남 4공장,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GIST 광주과학기술원 2단계 등을 설계하였다. 건축 행위의 과정에서 발생되는 도시, 사람, 사회와의 갈등, 견제, 조정에 주목하고 그 사이에서 발생되는 관계가 건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건축가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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