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대에 맞는 건축가의 역할을 고민하다
건축가 진교남
최근의 건축디자인 분야에 있어서 떠오르는 이슈는 좋은 건축이다. 이전 시기에도 지속가능한 건축이나 친환경
건축과 같이 사회와 환경을 배려하는 디자인에 대한 움직임이나 시도는 있었으나 현재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건
축의 역할에 대해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 바로 좋은 건축이다. 좋은 건축이란 미적인 아름다움과 기능으
로 그 가치를 평가하던 시대의 건축과는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오늘날 도시와 환경이 필요로 하고 있는 바와 같
이 스스로 몸을 낮추고 도시와 어울리며 배려할 줄 아는 건축을 말한다. 이런 건축에 대한 대중의 인식의 변화
는 도시에 있어서의 건축이 가지는 가치 중 공공성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실무 건축가
로서 오랫동안 현업에서 일해 온 간삼건축의 진교남 본부장은 평소 그러한 건축의 공공성에 대해 가장 많이 고
민하고 그 결과를 작품에 지속적으로 반영시켜 온 건축가 중 한사람이다.
Q. 진교남 본부장께서는 미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국내로 복귀하셔서도 개성 있는 건축 디자인을 선보이고 계
십니다. 미국과 한국의 건축계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며 그 속에서 추구하시는 스스로의 건
축 철학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저는 건축이 특정 공동체 문화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문화의 산물이니 당연히 미국과 한국건축의 차이점, 공
통점도 있겠지요. 하지만 점점 세계화되어가는 현시대에 ‘차이점’은 점점 줄어들고 공통점만이 국
제 ‘Standard’로 되어가는 보편화(Universalization)가 상당히 아쉽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대지, 환경, 기후, 자
원, 기술, 역사, 정치 등 심지어는 국가적 감성마저 다르기 때문에 건축문화 역시 차이점도 있고 공통점도 있습
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건축의 스타일(style), 재료, 공법, 의미 심지어는 건축가라는 직업의 사회적 책임,
입지, 보수조차도 차이와 공통점은 있습니다.
단순한 예로, 미국의 짧은 역사이지만 전통건축이라 이야기 할 수 있는 “Western Framing House”는 아주 단순
한 경량목구조의 집으로 미국의 개척시대에 광활한 들판에서 소수의 개척자들이 주변에서 손쉽게 가공하여 단
시간내에 최소의 협업으로 지을 수 있는 집의 형태에서 발전된 반면에 한국의 목 가옥은 자연환경의 적응 및 사
회와 생활의 구조에 준하여 장기간 발전된 집의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지역적, 문화적 가치와 기
준이 건축의 기본적 발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전반적인 문화적, 경제적 수준이 향상될수록 건축가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
고 있습니다.우리나라 건축의 중추를 담당하고 계신 중견 건축가로서 바라보는 건축가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또 그 역할은 어떻게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현 시점, 건축가들이 사회와 문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나 영향력은 사실 지난 30-40년 전과 비
교하였을 때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가 간단할 수는 없지만 소위 세상 가치의 변화, 기술의 혁
신에서부터 건축가가 추구하는 자신의 “Self Image”, 그리고 건축교육의 모순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비해 건축가들의 사회와 문화전반을 크게 보는 Vision과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직접 정치와 개혁의 리더 혹은
시발자가 되려는 노력과 현상은 과거 건축사와 비교하여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건축
가’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의 인지도는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오히려 더 높아졌습니다. 문제는 건축가에 대한
사회의 인지가 유행을 따르는(Fashionable) 문화 속 감초 같은 ‘Designer’라는 막연한 입지라는 것입니다. 이러
한 상태 속에서 건축가들의 사회적 입지는 말 그대로 보기 좋은 ‘달콤한’ 위치일 수는 있지만 자칫 진정한 건축
문화의 정립이나 건축가의 역할이 정립되는 것과는 반대의 방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러한 과정 속에서 대중, 사회, 도시와의 소통의 문제가 최근 들어 건축가에게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였습니
다. 디자이너이면서 예술가이도한 중견 건축가로서 대중과의 소통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며, 이러한 주
위로부터의 요구들이 건축가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A. 건축과 모든 예술이라는 대상을 우리가 이해하고 그에 대한 느낌을 갖는 것은 우리가 접하는 대상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공통적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그 대상과 우리 사이에 긴
밀한 내면적 교감이 있다는 것입니다. 건축과 예술이 사회와 대중과 연결될 수 있는 무엇인가란 아마 현 시대적
정신에 입각한 새로운 이슈(Issue) 혹은 개념이거나 사회전반에서 공유되는 본질적인 가치들을 의문이든 각성
이든 어떠한 방법으로 직면하는 것일 것입니다. 건축가들의 작업과정에는 순수 예술가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조
건이 따릅니다. 모든 건축 작업에는 책임과 도덕성이라는 요구가 항상 있기 때문에 건축으로서 사회와 대중과
의 교감은 양날을 가진 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건축은 사회와 대중에게 해결이 없는 미(美)만을 제시 할 수
도 없고 미가 없는 해결만을 제시해서도 안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만일 건축이 이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진
다면 그것은 자칫 건축이 단순히 상품적 가치만으로 존재하거나 혹은 감동과 미덕이 없는 하나의 시설물로 간주
되겠지요. 건축과의 작업은 이러한 책임과 도덕성 사이의 균형(Balance)라고 생각합니다.
Q. 건축 디자인은 본질적으로는 자연과 사람을 공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관계를 맺어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
습니다. 표현 방법이 끊임없이 확대되고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이러한 건축의 본질적인
가치를 완성된 건축물로 구현해 내기 위해 건축가로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A. 건축의 ‘ 본질적 가치’에 대한 생각은 사실 철학적 질문이고 그 답 또한 개인 사유의 결과 이므로 ‘본질’과 ‘가
치’의 이해는 각 개인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자연과 인간 사이의 ‘공간’이라는 것은 바로 ‘주거(Dwelling)’라는 구
체적인 개념이라고 봅니다. 주거라는 개념은 우리자신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존재한다는 것, 즉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과 환경, 상황 속에서 나 혹은 우리가 그것들과 어떤 연계를 이루며 존재하는 지에 대한 의미와 가치
를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해석은 건축가 뿐 만 아닌 Heidegger, Merleau-Ponty같은 철학자와 사회학자
들의 공감이기도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건축은 주거(Dwelling)이 이루어지는 본질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고, 이
러한 개념에서 본다면 건축이 왜 문화의 산물인지 이해할 수 있고, 문화이기 때문에 지역성이 있으며, 지역성이
있기에 스타일(Style)과 재료, 물성, 터, 환경 그리고 전통이라는 가치들을 이야기 하게 됩니다. 상당히 광범위
한 본질적 가치이지만 건축가로서 이러한 가치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구현할 능력과 의지가 있느냐에 따라 의
미 있는 장소성이 만들어지고, 그때 비로소 훌륭한 건축이라는 공통적인 교감이 생길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가 진교남은
Virginia Ploytechnic & State University 건축학과와 Columbia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Architecture 대
학원을 졸업했다. Rudy Hunziker Architetto(스위스), Shin Takamatsu Architects(일본), Itami Jun Architects
(일본), Tsao & Mckown Architects(미국)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 간삼건축의 설계3본부를 이끌고 있다. 연구
소, 제약공장, 일반공장, 병원, 연수원 중심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 Das Johannisviertel Urban
Master Planing(독일), Frank Tsao Residence. Piedmont CA(미국), Nai Lert Park, A Raffles International
Hotel.(태국), Budapest Bay Master Plan with Tsao & Mckown Architect(헝가리), Quartier 206 Depatment
Store Interiors(독일)을 설계했으며 현재 명동성당 종합계획, 동아제약 신공장, 영남대 호흡기 질환센터, 서울대
학교 병원 HRD센터, 동두천경찰서, 사랑의 교회, 미래에셋 골프 club House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