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균형의 美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 13회 Gansam Design Award 대상 수상
미술관은 도심 속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행궁 쪽으로는 낮게, 도시 방향으로는 높게 계획하였다.
또한 매스를 적절히 분절해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다양한 풍경과 경험을 제공한다.
길로서의 미술관
여러 형태의 매스는 미술관의 내부 통로를 마치 골목길처럼 분절하여 다른 미술관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매스에 의해 만들어진 여러 갈래의 길이 입체적으로 교차되어 관람객들의 동선을 다소 생경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낯선 길에서 잠시 방향을 잃게 될 지도 모르지만 지나온 자리를 돌아보면 쉽게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공간을 조직하였다. 공간이 주는 긴장감을 유지한 채 관람객들은 길을 걸으며 독특하고 유쾌한 경험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길 주변을 따라 풍부하게 유입되는 자연광은 별도의 조명 없이도 관람객들의 보행을 돕고 외부 환경을 고스란히 실내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길의 중심에는 카페와 라이브러리, 교육실, 휴게 라운지 등 시민들을 위한 시설들을 배치하여 공공 미술관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하였다.
라운지 출입구는 사선 형태로 계획되어 매스감을 유지한다. 기울어진 벽과 출입구의 모습이 공간의 특별함을 암시하고 있다. 분절된 매스 사이로 열린 복도는 도시와 자연을 만나는 휴식의 장소가 된다. 4개의 매스에는 전면의 행궁광장과 후면의 공원으로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리 회랑이 설치되었다. 도시에 둘러싸인 미술관임을 고려해 다양한 정면성을 구현하였고, 출입구를 분산 배치하여 여러 각도에서의 도시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였다. 길과 회랑은 상시 개방하여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보안과 운영상의 문제점도 고려하였다.
내부 세 개의 전시실은 전시의 통합과 분리의 운영이 가능하도록 한다. 또한 서로 다른 풍경은 미술관의 공간적 체험도를 증가시킨다. 매스와 매스는 브릿지로 연결하여 전시 중간에 길과 도시, 자연을 조망할 수 있는 관람객들을 위한 휴식의 공간이 되도록 하였다. 2층의 중심에 위치한 라이브러리는 예술 전문 개방형 도서관으로 계획하였고, 건물의 옥상은 조경 공간이 함께 하는 전망대로 만들어져 수원 도심과 화성행궁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물성과(공간의) 장소성
건축 공간에 대한 사유와 해석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어 왔다. 종교 시대의 건축 공간은 상징과 형상에 치중하였고, 왕과 귀족의 시대에는 형식과 틀을 중시했으며, 인본과 계몽의 시대에는 이성과 논리, 그리고 근대 이후 산업화 시대에 이르러서는 기능과 합리주의에 기반한 건축적 사유가 보편적이었다. 이렇듯 시대와 결부되어 건축에 대한 사유의 방식이 다양하게 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통된 사유의 방식이 있다면 그것은 ‘재료와 그것을 구축하는 방식에서 바라보는 관점’일 것이다. 공간을 구성하는 재료는 그것이 천연 물질이든 합성 물질이든 고유의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은 이를테면 나무는 돌보다 내구성이 약하고 불에 연소가 된다거나 플라스틱은 철에 비해 성형성이 우수하다는 것처럼 재료가 가진 일반적 형질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건축에서 재료를 이야기할 때는 좀 더 감각적 인지에 의한, 즉 오감을 통한 공간 지각의 관점에서 인식하게 된다. 부드럽게 다듬어진 목재에서 느껴지는 온화함이나 거대한 석재가 주는 안정감과 영속성, 혹은 유리나 스테인레스 스틸이 주는 현대적 명쾌함이나 냉소(冷笑)같은 느낌들이 바로 물성의 현상적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재료가 구축하는 공간의 형태와 표현의 방식이 현시적, 미래적, 새벽, 심야 등의 개념과 기이하게 얽힌 상호 연계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빛과 어두움이 교차하는 전시관
최근 미술관이 밝아지고 있다. 자연광과 바리솔 같은 광천정으로 갤러리 전체를 밝게 계획하는 것이 건축의 트렌드인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대해 예술가들은 다소 부정적인 것 같다. ‘지나친 밝음은 작품의 입체감과 주목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는 전시의 효율성과 주목성, 그리고 관람객의 집중도를 고려해 빛과 어두움을 적절히 배분한 조명 계획을 수립하였다. 공간이 낮은 곳에는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소 어둡게, 높은 공간에는 야외 환경과 엇비슷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좀 더 밝게, 그리고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계단과 브릿지에는 자연 채광을 도입함으로써 다양한 빛 환경에 관람객을 노출시키고자 하였다.
전시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빛환경을 조성했다. 전시 의도에 따라 빛의 조절이 용이하다. 단조로움을 피하고 입체적인 작품 전시를 위해 상부가 개방된 전시관도 마련하였다. 계단을 통해 들어오는 간접 채광이 전시관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유리 회랑은 미술관 동선의 중심이다. 여러 갈래의 길과 시선이 교차하는 공간이 관람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한다.
화성행궁 옆 미술관 여기 하나의 행렬이 시작한다.
왕의 행차인 듯, 그 행렬은 초입부터 장엄하고 화려하기 그지없다.
때는 1795년 윤 2월 9일.
조선시대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한 명인 정조가
그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수원성으로
8일간의 여행을 떠나는 중이다.
200여 년 전,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회갑을 맞이하여 어머니 혜경궁과 함께 행차했던 화성행궁 옆에 미술관이 들어섰다. 수원시립 아이파크미술관은 지역의 맥락에 깊이 뿌리내리면서도 보편성을 가지는, 시간을 초월하는 건축으로 과거의 전통과 현재의 예술을 자연스레 잇고 있다. 시간이 흘러 예술은 더 이상 상류층이 전유하는 수단이 아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행복과 삶의 고양을 위해 이바지하는 것이 예술 본연의 기능이 되었다. 이 새로운 미술관이 전통과 예술을 아우르는 공간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양한 삶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장소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Location Gyeonggi-Do
Type Cultural
Site Area 6,400.00㎡
Gross Floor Area 9,661.94㎡
Building Area 3,348.68㎡
Total Floor B1, 2F
Heights 11M
Client HYUNDAI DEVELOPMENT COMPANY
Architects Chin Kyo Nam, Lee Jeong Seung,
Lee Tae Sang, Jung Joo Won, Choi Jeong H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