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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디자인으로 공간을 재조명 한다

제일컨트리클럽 클럽하우스 리모델링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제일컨트리클럽 클럽하우스가 1년여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오는 3월 그랜드 오픈
을 준비하고 있다. 제일컨트리클럽은 과거 20여년전 재일동포들이 고국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건립한 유서 깊
은 골프리조트이다. 당대의 건축가였던 故김수근 선생은 이러한 동포들의 마음을 담아 한국전통건축의 아름다
움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웅장하면서도 실용적인 클럽하우스를 완성하였다. 25년 동안 서울 서남부의 명문 골
프클럽으로 자리매김해 온 제일컨트리클럽은 최근 클럽하우스의 리모델링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새로운 모
습으로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G.Style에서는 한일 양국 간의 소망과 소통의 의미를 더욱 크고 넓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난 제일컨트리틀럽의 클럽하우스를 찾아가 보았다.


일본의 고도인 오사카(大阪)에는 우리에게도 너무 잘 알려진 오사카성(大阪城)이 있다. 16세기 막부시대를 제패
한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스스로의 명성을 세상에 떨치기 위해 검은 옻칠과 금박으로 장식된 호화로
운 오사카성을 건립하였다. 넓은 해자 너머로 오사카성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천수각에서 나타나는 화려함
과 당시 이 성곽을 건축한 장인들의 철두철미한 장신정신이 피부로 와 닿으면서, 설사 이곳을 침입한 적군이라
고 하더라도 이 성곽을 쉽게 무너뜨리지는 못하였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적을 막아내기 위해 건립한 성
이 아름다운 건축미를 가지는 것 또한 중요한 전술 중에 하나라고 한다. 아무리 적이라고 하더라도 성이 너무 아
름다우면 그것을 파괴하기에는 망설임이 앞서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사라졌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서울의 한
가운데에서 굳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숭례문이나,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그 가치가 돋보이는 수원성곽의 아름
다운 자태가 오늘날까지 빛을 발하고 있는 이유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건축은 형태적으로는 서로 닮아 있으면서도 공간의 구성이나 장식적인 측면에서 사뭇 다른 차이
점을 보여주고 있다. 3월에 그랜드오픈을 앞두고 있는 제일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는 이런 두 나라의 건축의
미묘한 차이점에서 오는 새로운 형태의 조화로움을 시도한 건축물이다. 제일컨트리클럽은 일본에 거주하는 재
일동포들의 친목과 화합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만들고, 더 나아가 재일동포 후세들에게 고향의 의미를 되새겨 주
자는 취지를 가지고 70명의 유지들이 뜻을 모아 1982년에 경기도 안산에 오픈한 유서 깊은 골프 리조트이다. 명
문 골프리조트로서 발전을 거듭해 오던 제일컨트리클럽은 2007년에 노후화된 클럽하우스의 리모델링에 착수하
여 2008년 3월 준공하였다.

우면산 터널을 지나 과천을 거쳐 40여분을 차를 몰아 도착한 제일컨트리클럽은 여느 골프리조트와는 다르게 도
심 한가운데에 진입로를 두고 있었다. 정문을 통과하자 곧 있을 그랜드오픈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분주히 오가
는 발걸음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발걸음들을 피해 소나무 사이로 난 언덕길을 오르니 새롭게 단장한 클럽하우
스가 단정한 모습으로 일행을 맞이한다. 1980년대 당시에 지어진 많은 건축물들처럼 전통미를 가지는 콘크리트
재질의 육중한 건물로 기억되던 제일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는 약 1년여의 리모델링 공사를 끝내고 마치 해
자 건너로 바라보이는 오사카성과도 같고, 소나무 사이로 당당히 서있는 수원성과도 같은 수려한 자태로 우리
앞에 다시 태어났다. 새롭게 단장된 클럽하우스는 기존 건물이 가지고 있었던 한국적 조형미와 공간구성을 그대
로 살리면서도 일본건축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기존의 클럽하우스는 전통건축
의 처마선의 아름다움과 좌우대칭의 균형감이 잘 표현된 건축물이었다면, 새롭게 리모델링된 클럽하우스는 일
본 건축의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일컬어지는 소위 ‘불균형의 미학’이 적용되었다. 이는 일본문화가 가지는 불균
형의 미학, 비대칭성, 비정형의 미학을 받아들인 것으로, 클럽하우스의 내 외부 모두 자연과의 조화에 중점을 두
어서 클럽하우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넉넉한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읽혀지도록 계획되었다.

짙은 회색의 석재로 깔끔하게 마감된 건물 외벽을 지나 출입구로 들어서니 기존에 낮게 드리워져 실내를 어둡
게 했던 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타원형으로 지붕까지 높게 뚫린 개방 공간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수천
개의 목재를 천장에서부터 길게 이어 붙여 만든 높은 벽체는 1층에 이르러 전통창호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장식
과 만나 한국과 일본 건축의 절묘한 조화를 느끼게 해주었으며, 그 한가운데 단정하게 마무리된 리셉션 데스크
가 방문객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리셉션 데스크 맞은편으로 난 통로를 따라 들어가니 로비 공간보다 훨
씬 더 절제되고 다듬어진 공간을 만날 수 있었다. 클럽하우스의 가장 사적인 공간인 라커룸과 사우나룸은 정적
이고 고급스러운 실내분위기에 더해서,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인 교감을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한 디자이너
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화강석으로 마무리된 사우나룸은 전면창을 통해 완벽하게 정돈된 클럽하우스 후원
의 풍경을 감상하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실내외의 공간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연결
된 사우나실과 후원은 이곳이 많은 사람들의 아지트가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하기에 충분했다. 라커룸을 빠져나
와 타원형의 계단을 따라 올라간 2층에는, 1층의 절제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편안하고 밝은
분위기의 레스토랑이 위치하고 있다. 석재를 사용하여 독립되고 사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1층의 분위기와는 달
리, 2층 레스토랑은 식사를 하면서 골프 코스를 시원하게 전망할 수 있도록 전면창으로 꾸며졌다. 아울러 식당
후면에 배치된 여러 개의 Banquet룸은 한국과 일본의 전통적인 소재인 옻칠로 벽면이 마감되어 한층 고급스러
움을 더하고 있다.

새롭게 리모델링된 제일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교류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에 어울리
게 많은 부분을 이 두 나라의 전통적 요소로부터 차용한 흔적이 두드러 졌다. 일본에서는 한국인일 수밖에 없
고, 한국에서는 일본인일 수밖에 없는 재일교포들의 현실에 더해서 이제는 두 사회에 좀 더 깊숙이 녹아들어야
한다는 염원을 담아 제일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와 같이 세련된 공간이 만들어 진 것이 아닌가 싶다. 어설픈
차용이 아니라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그 차이점에서부터 새로움을 발견하려고 노력한 이 건물은
분명 두 나라간의 거리를 더욱 좁혀주는데 작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사카성과 수원성
이 그러하듯이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제일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는 이곳을 찾는 골퍼들에게 단순한 클럽하
우스가 아니라 더 큰 즐거움과 편안함을 주는 훌륭한 안식처가 되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음이 틀림이 없다. 서
울 서남부의 명문 컨트리클럽으로 다시 태어날 제일컨트리클럽의 비상을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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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ublished

    April 2008 / vol.12
  • Main theme

    Jeail CC Club House
  • Pages

    49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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