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to the nature, Campus Spirit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연구동
건축가들에게 있어서 모든 프로젝트가 어려운 과제이지만, 특히 교육시설은 다른 건축물에 비해 더 많은 노력
과 배려를 요구하며 종종 건축가를 어렵게 만드는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연구동 프로젝트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원 연구동은 기본적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면서, 연구원들이 장기
간 체류하며 연구활동에 전념하는 공간이고, 반복되는 실험 및 데이터베이스의 보관과 관리 기능까지 가지고 있
어야 하는 복합 공간이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연구동 건축 프로젝트는 이러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수용하여
이용자에게 쾌적한 학습, 생활 및 문화 공간을 만들어 주고, 더 나아가 각각의 구성원에게 맞는 최적화된 전문
연구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어려운 과제였음에 분명하다.
서울대학교는 관악산에 인접한 50만평의 광대한 대학 부지를 자랑하고 있다. 관악산에 인접해 있음으로 인해 대
학부지 전체가 완만한 경사지로 되어 있어서 건축물의 계획단계에 이러한 경사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우선적인
검토대상이 되었다. 또한 대학원 연구동이 들어선 대지는 대학 순환 도로 뿐만 아니라 관악산 등산로와도 가까
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단지 연구시설에 필수적인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주
변 대지와의 어떻게 연계하여 개발할 것인가?’ 혹은 ‘생태적인 연결고리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와 같이 서로 상
반되는 개념에 대한 해결책을 반드시 찾아야 하는 또 하나의 과제를 가지고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이를 위해 단
지 순환로를 향해 건물의 주출입구를 두어 사람들이 건물을 드나드는데 어려움이 없게 하는 한편 건물의 우측으
로부터 바로 지하로 차량을 유도하여 연구소 건물이 가져야 할 독립성과 쾌적성을 위한 기본적인 배려를 하였
다. 이러한 질서 위에 연구동 건물이 마치 켜를 이루듯 배치하여 어느 곳에서도 관악산이 바라다 보이게 계획하
였다. 또한 이렇게 켜를 이루듯 배치된 연구동 건물들 사이의 공간은 자연 친화적인 공간으로 조성하여 각각 ‘숲
속의 몰’, ‘내림몰’로 명명하였다. 이 사이 공간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등산로에서 관악산에 이르는 자연적인
흐름을 의도적으로 반영한 것으로써, 각각의 건물에 햇볕으로 가득한 밝은 실내공간이 가능하게 되었을 뿐만 아
니라 이곳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장시간 연구소에서 머무는 동안 휴식과 안식의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이
사이공간은 자연스럽게 도솔천과 인근 산책로로 연결되어 자연 친화적인 생태공간이 되어 주고 있을 뿐만 아니
라 학생들에게는 둘도 없는 소중한 사색의 공간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이렇게 큰 틀에서의 기본적인 건물에 대한 계획이 이루어 진 후에는 좀 더 세심하고 작은 부분에 까지 건축가의
배려는 계속된다. 건물 2층과 연결되는 좌측 부출입구 쪽으로는 학자수 광장을 계획하여 쉼터와 커뮤니티 기능
을 제공해 주었으며, 정적인 연구에 지친 심신을 가벼운 운동으로 해소 할 수 있는 산록물결 운동장을 학자수 광
장 안쪽에 계획하여 동적인 공간으로 활용되게 하였다. 각각의 사이공간에 위치한 ‘숲속의 몰’과 ‘내림몰’의 바닥
에는 적당한 층고를 가지는 데크를 놓아서 이 친환경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친근함을 주고 걷는 즐거움
을 배가시켜 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또한 수공간은 정적인 안정을 도모해 주며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연
구자의 심성을 달래줄 것이라 기대한다.
이렇듯 외부공간에서 보여지는 친환경적이며 유기적인 공간 구성은 건물 내부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건물의
내부를 걷다 보면 마치 전원의 오솔길을 거닐면서 주변의 경치를 바라보듯 시원하게 뚫린 창호를 통해 이러한
외부의 자연을 어느 곳에서든 조망할 수 있다. 이 건물 내부에는 이러한 ‘오솔길’ 이외에도 중성적인 성격을 가
지는 공간, 내부와 외부를 소통하게 해주는 공간, 독립적이고 안정된 공간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처음 방문 하
는 사람이나 오랜 시간동안 체류하는 사람 모두에게 쾌적하고 즐거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인공의 공간이 자연의 공간에 비해 쾌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서울대 대학원 연구동은 사람에 대한 배
려와 삶에 대한 안목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인정받고 있다. 겉모습의 위용
으로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 건물은 쉽게 잊혀지게 마련이다. 좋은 건축물은 마치 오랜 시간 전부터 그 자리에 있
어왔던 것처럼 자연과 질서에 순응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어낸 넉넉한 공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의미에
서 보았을 때 서울대 대학원 연구동 건축은 이 공간에서 많은 인재들이 저마다의 기량을 갈고 닦아 훌륭한 인재
로 성장하길 바라는 건축가의 진정한 마음이 녹아있는 좋은 건축의 표상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