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제자리 찾기
공공프로젝트 4제를 통해 본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어 삶의 목표 못지않게 삶의 방식이 중요한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함께 더불어
잘 살자는 이른바 공동체 의식이 폭넓게 확산됨에 따라 최근 디자인 분야에서는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가 눈에
띄게 각광받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디자이너의 사회적 역할과 참여가 강조되고 또 그 기회가 점차 확대되고 있
는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성숙하고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디자이너, 건축가, 예술가의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주어야 할 것이다. G.Style 10월호에서는 간삼건축이 최근
에 수행한 프로젝트 4제를 놓고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건축가들과 함께 이러한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함
께 논의하고 재조명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일자 : 2008년 10월 6일
- 장소 : 간삼파트너스 회의실
- 참가자 :
1. 송철의 (간삼파트너스 제1설계사무소 소장 / 중곡동 문화체육센터)
2. 한기영 (간삼파트너스 제2설계사무소 소장 / 한화 대덕 테크노밸리 뿌리와 새싹)
3. 김천행 (간삼파트너스 제2설계사무소 소장 / 성남시 노인보건센터 및 중원구 보건소)
4. 이승연 (간삼파트너스 GDS 소장 / 신림동 하나 푸르니 어린이집)
사 회 자 | 바쁘신 일정 중에서도 대담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 참석해 주
신 네분들은 얼마전까지 공공시설인 사회복지시설의 건축디자인을 담당하신 분들이십니다. 먼저 각자 프로젝트
를 진행하시면서 가장 우선시했던것은 무엇입니까?
김 천 행 | 일단 제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 보건센터를 건립하는 것이었습니다. 건물의 주
된 이용객이 노인분들 이다보니 다른 시설에 비해 배려해야 할 것도 많았고 그로 인해 건축 계획 자체도 다르게
접근할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각각의 기능을 가진 보건소와
노인센터의 두건물을 어떻게 하면 하나로 엮어서 각각의 개별특성을 살리면서, 공용공간을 함께사용하는 시너
지 효과를 올릴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직원들이 하루8시간 근무하는 보건소와 24시간 상주하는 노인시
설이 서로 불편하지 않게 잘 어울릴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에서 해결하고자한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의 노인요양시설에 보면, 노인시설과 유치원이 함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인분들이 아이들을
보면서 손자들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고, 아이들에게는 경로사상을 생기게 하는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건물도 노인분들만 있는 시설이기 보다는 보건소와 함께 있어서, 노인과 젊은이들이 함께 할수있는 좋은 사
례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송 철 의 | 저의 경우는 서울의 한 지역에다 목적문화체육센터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했습니다. 모
든 공공프로젝트가 그렇지만 문화체육센터의 경우 모든 주민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찾아와서 휴식을 즐기고
삶의 활력을 찾는 이른바 ‘도심속의 열린 놀이터’가 되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곡동 문화체육센
터는 중랑구 구민들이 즐겨 이용하는 중랑천 둔치와 용마산공원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입지적 특
성과 공공시설이라는 성격을 감안하여 몇가지 계획의 주안점을 두고 설계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도로를 향해 열린 광장을 두어 앞서 말한 놀이터의 개념을 살려주고자 했고, 녹색공간을 적극적으로 단지 내부
로 끌어들임으로서 주민들의 정서적인 부분까지 배려하고 싶었으며 그 속에서 다양한 만남과, 소통 그리고 활동
이 이루어지도록 제반시설을 계획하고 배치하였습니다.
한 기 영 | ‘뿌리와 새싹’이라는 명칭에서도 느껴지듯이 이 프로젝트는 어린이집과 노인복지시설을 의미합니다.
어린이집과 노인복지시설이 나란히 지어져서 특별한 프로그램에 따라 함께 연계하여 이용될수 있도록 계획되었
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컨셉은 이 건물을 이용할 어린이와 어르신들 모두 이 곳
을 집과 같은 곳으로 이해하고, 자연과 최대한 접촉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이들에 이곳은 일
종의 교육의 공간이라기 보다는 아이들이 집을 떠나 꽤 오랜 시간을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에 또 하나의 집과 같
은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마치 주택을 계획하는 것처럼 전체적인 계획을 진행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실
의 구성도 교실이라기보다는 현관, 거실, 부엌, 방의 개념을 적용하여 아이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머무를수 있
도록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승 연 | 앞서 김소장님께서 노인분들을 위한 시설에 참여하셨다면, 저는 반대로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한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스스로 자신을 제어하거나 보호할수없는 어린이들이생활하는
곳임을 염두에 두고 무엇보다도 안전성을 배려하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디자인과 기능의 조화에 중점을
두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보니 어린이 시설과 노인시설은 서로 유사한 점이 많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
적으로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모티브를 형상화한 매스를 자연적 소재인 우드와 노출콘크리트를 이용하여 표
현함으로써 건축가의 입장보다는 아이들의 눈높이를 배려한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고, 주변의 녹지공간인 공원
과 옥상의 생태조경을 통한 그린 네트웍을 통하여 기존이 환경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
갈수 있는 자연친화적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다양한 칼라사용을 통하여 공간을 생동감 있게 구성하
여, 아이들이 각자의 공간을 구분하되, 아이들이 오랜 시간을 생활하는 공간임을 염두에 두어 색채의 사용이 지
나치게 과하지 않으려고 세심한 배려를 하였습니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