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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건축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 건축가 한기영

9월 G.STYLE 프로젝트로 선정된 휘닉스 아일랜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자연과 인간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
룬 리조트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초기부터 이 프로젝트를 맡아 5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훌륭한 리조트를
완성시킨 간삼건축의 한기영 본부장을 만나봅니다.

Q. 먼저 한기영 본부장께서 건축을 전공하게 되신 배경은 무엇인가요?

A. 저는 고등학교를 마치면서 공학도가 되어 우리나라의 공학 분야를 발전시켜 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전기공
학과에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1학년 교양수업을 들으며 우연히 건축과 친구들이 설계수업을 듣는 것을 보면서
문득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이 바로 저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2학년에 올라가서는 이 생각이 점
점 심해져서 전공공부를 제대로 할 수 조차 없었습니다. 결국 중간고사까지 마치고 난 뒤 휴학을 하고, 다시 입
시 공부를 시작하여 이듬해 건축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전과라는 제도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다
시 시험을 보게 된 것인데, 건축과에 합격하였을 때의 그 기쁨은 평생 잊지 못할 제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우스갯소리이지만 건축과 동기들 보다 나이도 많고 저는 교양 수업을 두 번이나 들어서 주위로부터 교
양이 풍부한 여자라는 별명도 듣곤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때의 선택은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Q. 건축가로서 느끼는 건축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 일거에요. 정말 많은 것들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해답을 찾
아 나가고, 마침내 그 것이 하나의 완성된 건물로 내 앞에 서 있을 때의 그 느낌, 아마도 그 느낌 때문에 이 일이
힘들어도 계속하게 되는 힘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힘든 기억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내가 만들어낸 건축물의
매력에 푹 젖어보는 그 시간이 정말 행복한 것 같습니다.

Q. 그동안의 프로젝트들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A. 제 첫 프로젝트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날개 형상의 야외무대였습니다. 컨셉이 조각물처럼 보이는 무대여
서 건축이라는 것보다는 조각을 한다는 생각으로 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너무나 설렜습니다. 그때 준공
하면서 한국페스티벌앙상블의 연주도 있었는데 그 감격은 잊을 수가 없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조각을 하는 것
과 같은 성격의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사무실에 앉아서 디자인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조립하
고 세우는 것을 하나하나 다 신경써야 하는 궂은 일이었습니다. 당시에 첫 아기를 가져서 배가 부른 상태였는데
도 현장 감리까지 하면서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이번에 완성한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 역시 여러 가지
의미에서 앞으로는 영원히 잊지 못할 프로젝트가 될 것 같습니다.

Q.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휘닉스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점이 힘들었으며 또 어떤 점이 기억에 남으시는 지요?

A. 총 5년 중 3년 반 동안을 인허가 단계에 매달려야만 했습니다. 정말 힘들었죠. 동원인원도 엄청납니다. 마스
터 플랜에서 시작하여 객실 내부의 아주 작은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모두 손대야만 했던 아주 복잡한 프로젝트
로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게다가 대도시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뛰어난 자연 환경의 한가운데에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건축가에게 좋은 이익이 될 수
도 있었겠지만 이번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 이 점이 몹시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입니다. 누구나 섭지코
지의 자연을 망치기를 원하지 않았고 심의의원이나 저희 건축가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거꾸로 내가 한번
잘 망쳐보겠다는 의지로 도전했습니다.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는 규모도 크지만 건물 하나만 다룬 것이 아니라 대지전체를 다뤄 정말 많은 고민과 노력
을 필요로 했습니다. 저희 건축가뿐만 아니라 건축주도 많은 노력을 했죠. 건축주의 마인드가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고도 생각합니다. 건축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의 현장 책임자를
일일이 다 뽑아서 지원해주었고 그런 분들과 함께 현장에서 중요한 일들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번 프로젝트는 여러 사람이 만들어낸 총합입니다. 좋은 생각으로, 정말 최고의 건축을 완성하겠다는 한 가지 맘
으로 모두 달려들었던 것이 힘든 과정을 이겨내게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에 건축 마무리단계에서 디자이너가 현장에서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
았습니다. 특히 조경이나 인테리어, 디스플레이 들이 각자 나눠서 작업을 하다 보니 안 맞는 부분이 많이 생기는
데 이것 역시 디자이너가 조정을 잘해야 합니다. 초기계획이 완벽하게 되기 힘들다 보니 현장에서 마무리단계
에 이런 문제들이 많이 나오지요. 이번 프로젝트 경우 이런 문제들이 정말 잘 풀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 같
은 경우 땅을 파면 어느 곳이나 검은 현무암이 나옵니다. 이런 돌을 현장에서 버리지 않고 바로 조경에 적용하자
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건축주의 동의를 얻어 기존 조경도면과는 완전히 다른 조경이 완성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정말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조경공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저를
믿고 프로젝트를 맡겨주신 김태집 사장님께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가지 일화가 있는데, 제가 지금 다른 지
역에 리조트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도 조경이 중요한 프로젝트인데 아예 처음부터 조경 요소들
을 현장에서 채취한 것으로 이용하자는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일종의 교훈이지요. (웃
음)

Q.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었나요?

A. 대개 호텔은 중복도로 답답하고 어둡습니다. 저는 어디서나 자연이 느껴지고 실내에 있지만 야외의 느낌을
주고 한없이 게으르게 시간을 보내고, 또 산책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 곳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게 제주 휘닉
스 아일랜드의 가장 큰 컨셉이었습니다.
또한 어느 방에서나 햇볕이 잘 들고 바다가 바라다 보이게 하자는 것과 벽을 바닥까지 통창의 유리로 만드는 것
그리고 거실의 발코니가 전경(시선)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 욕실에서도 밖을 볼 수 있게 하는 것들이 이번
계획에서 중요한 컨셉이었습니다. 제가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또 중요한 것을 배웠는데요. 그건 유닛플랜의
중요성입니다. 초기 계획 후 3년 반이 지나다 보니 유닛플랜에도 변화를 필요로 했습니다. 저 나름의 실수도 발
견하기도 했습니다. 유닛플랜이 건축가가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부분이란 것을 새삼 배웠습니다.

Q. 최근 몇 년간 간삼에서 리조트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리조트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무엇인
가요? 또 그런 관점에서 이번 휘닉스 아일랜드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사람들이 리조트를 찾는 것은 기본적으로 쉬러 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건축가들은 지나치게 완성된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 속
성이 있습니다. 그걸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게다가 리조트는 주변환경이 좋은 곳에 계획이 되기
때문에 그곳에 건물을 지으려고 한다기보다는 자연하고 소통하기 위하기 위해 모든 것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
니다. 우리가 리조트를 계획할 때 보행자 ,서비스 동선도를 그리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이지만 정작 사람들
이 피부로 느끼는 바의 통로나 ,햇빛이 들어오는 통로는 어떻게 되는지 많이 생각하지 않는 편이지요. 자연의 흐
름을 느끼게 하는 것, 이런 것들이 리조트에서 제일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인 안도타다오 선생과의 함께 작업 하셨는데, 어떠셨나요?

A. 안도 선생은 정말 철저한 분입니다. 특히 내부 입면은 거의 모든 면을 1점 투시로 다 검증하십니다. 세부 디
테일 등은 정말 우리가 배워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안도 선생의 요구조건과 저희현장의 진행속도가 현실적으
로 맞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좀 불편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외부 건축가와 함께 일하
는 규칙들도 더 정확하고 상세하게 만들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매뉴얼 같은 것 말이지
요.

Q. 앞으로 어떤 건축을 하고 싶으신지요?

A. 간삼건축에 근무하면서 한 가지 소망이 생겼습니다. 제가 간삼건축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였기 때문
에 저는 꼭 저의 손으로 간삼이 디자인을 제일 잘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는 단순히 소망이 아니라 제
주변에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은 할 때 마다 새롭습니
다. 그러나 항상 느끼는 것은 너무 우리가 건축물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샐러드 같은 음식을
참 좋아하는 편인데, 건축도 음식으로 치자면 샐러드 같은 음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손
이 많이 가지 않았지만 충분히 영양이 있으면서 맛도 있는 샐러드와 같은 건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 봅
니다.


한기영
한기영은 간삼건축 설계2본부장으로 주요프로젝트에는 부산 대우빌딩, 수원과학대학 도서관, 울산박물관, 청주
MBC, 제주 휘닉스아일랜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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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ublished

    September 2008 / vol.15
  • Main theme

    Resort fac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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