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자연, 그 위에 얹혀진 편안함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
벨라테라스 : ㈜간삼건축 / 글라스하우스 : 안도 타다오 건축연구소, ㈜간삼건축 / 지니어스 로사이 : 안도 타다
오 건축연구소, ㈜간삼건축
여행은 그 자체로도 즐거움을 주지만 여정을 끝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뒤 몸과 마음속에 남아있는 아련한 기
억을 통해 삶에 또 다른 활력이 되어 주며, 또 한 번의 다른 여행을 꿈꾸는 계기가 되어주곤 한다. 그렇기에 사람
들은 누구나 한 가지씩 여행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가지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이렇듯 좋은 여행이란 사람들에
게 많은 이야기꺼리를 남겨 주며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통해 기억되는 색다른 체험의 장이다. 이 달에 필자가
다녀온 제주도는 이런 의미에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여전히 최고의 휴양지이자 여행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런 제주도의 독특한 풍광에 최근 팔색조와 같이 화려한 색채와 자태를 뽐내는 아름다운 리조트가 개관하여 관
광객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어서 G.Style에서 찾아가 보았다. - 편집자
십 여년 전에 필자는 당시 서귀포에서 진행중인 대형 호텔 건축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제주도를 자주 왕래할 일
이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번은 성산항 부근에서 지인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난 뒤 서귀포로 돌아오던 길에 무슨
생각에서 했는지 그만 길을 잘못 들게 되었다. 얼마인지를 모르게 한참을 낯설고 좁은 도로를 달리자 지금까지
보아왔던 제주도의 경치와는 사뭇 다른 풍광이 눈앞에 펼쳐졌다. 쪽빛 바다와 땅이 거친 절벽으로 만나 기암괴
석과 파도로 솟구치고, 바다에는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이고 땅에는 지점토를 주물러 놓은 것과 같은 구릉이 끝
도 모른 채 펼쳐져 있는 곳, 훗날 드라마 '올인‘의 촬영장으로 더 많이 알려진 바로 섭지코지였다. 이곳 섭지코지
에 일본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와 스위스 태생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 그리고 한국의 간삼건축이 합심하여 공을
들인 수년간의 노력 끝에 최근 보광 휘닉스 아일랜드 리조트가 성공리에 개장하여 휴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자랑하는 제주도에서도 독특한 풍광으로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각별하게 의미 있는 장
소가 되어준 섭지코지의 구릉 위에 세워져 더욱 주목받고 있는 보광 휘닉스 아일랜드는 다양하고 독특한 공간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제주 공항에 내려 자동차로 갈아타고 동쪽으로 방향을 잡아 1시간 남짓을 제주 일주도로를 따라 달리면 일출봉
으로 유명한 성산에 도착하게 된다. 섭지코지는 성산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 반도로 이루어진 곳
으로, 성산에서부터 휘닉스 아일랜드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도로 양편으로 쪽빛 바다가 펼쳐
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하게 만드는 곳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섭지코지의 입구이자 휘닉스 아
일랜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는 숙박, 휴양, 레저와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것을 목표로 삼
아 건축된 새로운 개념의 리조트이다. 이를 위해서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에는 벨라테라스, 힐리우스, 글라스하
우스, 지니어스 로사이, 아고라 등과 같이 독특한 명칭을 가진 건물들이 다양한 표정으로 여행객의 방문을 기다
리고 있다.
검은 제주 현무암 사이로 새롭게 뚫린 도로를 따라 휘닉스 아일랜드 단지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처음 만나게 되
는 곳이 바로 Bella Terrace이다. Bella Terrace는 Red동, Blue동 그리고 Orange동의 3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숙박시설, 즉 콘도미니엄이다. 가족단위의 체류형 휴양지라는 제주도의 특성에 걸맞게 벨라테라스는 34평형과
54평형의 여유로운 면적의 객실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객실에서 제주도의 푸른 바다가 바라다 보일 수 있도록
계획되었으며, 일단 손님이 객실에 들어서면 최대한의 독립성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객실과 건물의 배치가 이루
어 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뛰어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객실 이외에도 벨라테라스는 체류형 리조트에 걸맞게 다
양하고 고급스러운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각각 ‘섭지’와 ‘코지’로 이름 붙여진 레스토랑에서는 제주도 특산물
로 정성스레 준비된 식사를 즐길 수 있으며, 드넓은 제주의 푸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수영장과 사우나는 마
치 적도의 어느 풀빌라에 와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끔 해주고 있다. 각종 연회장을 비롯하여 상점 및 제반 부대
시설들은 벨라테라스가 가족 단위의 여행객뿐만 아니라 단체 방문객을 위해서도 완벽하게 준비를 갖추어 놓고
있음을 알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벨라테라스보다 조금 더 독립적이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여행객을 위해 휘닉스 아일랜드는 단독 빌라 형
태인 힐리우스를 마련해 놓고 있다. 힐리우스는 단독형 빌라 형태로 기존 섭지코지의 뛰어나고 독특한 자연 환
경에 최대한 적응하도록 계획된 숙박시설이다. 46평형에서부터 150평형에 이르는 총 50세대의 힐리우스는 전
세대가 바다로 향하는 전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주의 특색에 맞는 현무암과 나무, 그리고 노출 콘크리트 마감
등을 이용하여 자연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된 숙박시설이다. 이곳에 투숙하는 여행객들은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디자인한 ‘아고라’에서 휘트니스 센터, 스크린 골프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전용 라운지를
통해서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벨라테라스와 힐리우스에 여장을 푼 투숙객들이라면 성산 일출봉을 바라볼 수 있는 글라스하우스로 향하는 길
에 휘닉스 아일랜드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 주는 작은 공간 하나를 만나게 된다. 지이어스 로사이로 이름 붙여
진 이곳은 일본의 거장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가 디자인한 건축물로서 좁은 길을 따라 계속해서 지하로 내려가
는 과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함께 호흡하게 되는 명상의 공간이다. 검은 현무암 주위의 억새밭을 따라 난 작
은 길을 걷다보면 양옆으로 폭포가 쏟아지는 곳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지니어스 로사이로 들어서는 입구와 같
은 곳이다. 좌우로 쏟아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점차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기다 보면 마주하고 있는 높은 벽면
의 중간에 뚫려 있는 조그만 창을 통해 노랑 유채꽃과 일출봉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좁은 복도를 따
라 돌아 내려가면 하늘은 점차 멀어지고 정적의 공간으로 가까워지면서 모든 사람들은 마음의 정화를 경험하게
된다. 한참을 계속해서 돌아 내려가다 보면 이윽고 제일 아래층에 도달하게 되고, 이곳에서는 시간을 주제로 한
미디어 아트를 감상 할 수 있다. 지니어스 로사이는 휘닉스 아일랜드를 단순히 몸과 마음이 즐거운 곳을 넘어서
정신을 자유롭게 해주는 곳으로 만들어 주고 있는 듯하다.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하루를 마감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다름 아닌 글라스 하우스이다. 섭지코지의 절벽위에
마치 전망대처럼 건축된 글라스 하우스는 일출과 일몰의 장관을 함께 감상 할 수 있는 장소이다. 전망대 레스토
랑과 테라스 가든으로 구성되어 있는 글라스 하우스는 휘닉스 아일랜드에서도 가장 극적인 풍광을 보여주는 곳
으로 알려져 있다. 벨라테라스에서부터 힐리우스를 거쳐 지니어스 로사이에 이르는 동안 노출 콘크리트의 건축
물과 검은 현무암의 자연이 보여준 팽팽한 긴장감과 조화는 이곳 글라스 하우스의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조형미
를 통해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승화된 느낌이다. 도로 쪽에서 글라스 하우스의 뒷면 출입구 쪽으로 접근하면
서 보이는 육중한 콘크리트 벽체의 중량감은 1층 데크로 올라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푸른 바다로 인해 한순
간 사라지고, 2층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모든 벽체가 유리로만 마감되어 있어 바다와 하늘로 향해 무한한 자유
와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이곳에 발을 들여 놓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휘닉스 아일랜드 리조트는 4면이 모두 바다로 둘러
싸인 세상 단 하나의 해양 리조트라는 자부심만큼이나 인간과 자연을 좀 더 가깝게 연결해 주려는 노력이 곳곳
에 스며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의 빛깔을 그 어느 곳보다 잘 담아내고 있으며, 섭지코지의 야생을 거
슬리기 보다는 온전히 받아들일 줄 아는 곳이 바로 이곳 휘닉스 아일랜드이다. 제주도의 농도 짙은 빛깔을 제대
로 감상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이곳을 찾을 것을 권해 본다. 또 아직 다듬어 지지 않은 제주의 야생을 체험해 보
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도 휘닉스 아일랜드는 좋은 해답이 되어 줄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
연, 그 위에 살짝 얹혀진 편안함,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가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뭍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