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박물관, 시간의 영원함을 담다
울산박물관
박물관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역사, 문화, 자연, 예술적으로 의미있는 물건들을 직접 볼 수 있도록 마련된 공
간이다. 단순히 전시를 위한 기능 이외에도 박물관은 사료의 수집, 조사, 연구 및 교육의 기능까지도 가지고 있
는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박물관도 초기에는 개인, 집안이나 기관이 소유한 재물을 모아두거
나 예술품과 같이 희귀한 물건을 모아두는 저장고의 역할부터 시작했다. 그 후로 점점 쌓인 자료들의 연구가치
가 늘면서 연구, 교육의 역할이 강해졌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유물을 관람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공공의 문
화와 교육의 중심이 되었다. 박물관의 성격과 존재는 그 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과 장소의 성격으로부터
큰 영향을 주고 받게 되었다. 또한 같은 이유로 인해 박물관의 전시를 기획하거나 박물관 건축을 디자인할 때에
도 이러한 지역과 장소의 상징성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얼마 전 간삼건축이 설계한 울산박물
관 역시 울산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지역적 상징을 표현하면서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울산대공원과 조화된 친
환경 박물관으로 탄생하였다.
울산박물관은 울산 시민들의 휴식처로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아 온 울산대공원과 인접한 곳에 건립되었다. 울산
공원으로 연결되는 나지막한 언덕에 세워진 울산박물관은 이곳이 사람들의 항상 즐겨 찾는 장소이기 때문에 기
존의 공원이 가지고 있는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대지의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함으
로써 관람객들에게는 편안하고 친근한 관람 공간을 제공하며 울산대공원의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의 흐
름이 원활히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자연과 사람과 건축이 서로 상생하는 친환경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박물
관 건물의 전면에는 울산이 유구한 역사 도시임을 자랑하듯이 이곳의 역사문화를 대표하는 반구대 암각화가 묘
사되어 있어서 박물관으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하단에는 반구대에 면한 태화강을 상징
하는 투영 연못이 위치하고 있어서 관람객들이 박물관 입구로 진입할 때 현재의 시간을 거슬러 마치 역사 속으
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또한 박물관의 뒤편의 땅속으로부터 울산 시가지를 향해 힘차게 뻗어 나
온 사각형의 대형 창은 그 강렬한 조형으로 인해 울산 박물관의 상징이 되었다. 울산대공원의 지형의 흐름이 옥
상정원으로 이어지고 있어 건축물 자체가 부각되는 건축이 아니라 공원 지형의 흐름과 일체 되는 친근한 공원
의 느낌을 주고 있다. 이러한 외부의 공간은 박물관 내부에 다양하게 조성된 중정으로 이어져 자연과 역사유물
사이를 오가며 즐기는 새로운 관람환경을 선사하고 있다.
박물관이 단순히 박제된 유물을 멀찌감치 구경하는 관람 공간이 아니라 지역과 도시의 역사, 문화와 예술의 맥
락을 함께 느끼며 호흡하고 참여하는 가운데 지역주민들의 공동체 의식과 역사 의식을 고취시키는 중심 공간이
라는 것을 울산 박물관은 잘 보여주고 있다. 울산광역시는 공업도시인 동시에 선사문화와 고대문화유적이 밀집
분포된 역사문화 도시이며, 경주와 연결되는 역사적 관문이자 거점도시이기도 하다. 간삼건축의 울산박물관 설
계팀은 울산박물관의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어떻게 담아내고 타 도시 박물관과는 차별된 박물관을 만들 것인가
에 대해 수많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지금과 같이 친환경적이면서도 지역의 역사와 정서에 잘 부합하는 뛰어난
건축물을 완성하게 되었다. 설계를 담당한 간삼건축의 김미정 소장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관람객과 소통하는
역사문화 산책로로서 친화력을 가진 박물관을 만드는데 주력하였다. 그 결과로 거대한 자연의 품안에 건립되는
박물관이 그 자체의 위용을 과시하기보다는 주변 자연생태와 이용객의 흐름이 한데 어우러지는 뛰어난 건축물
로 완성되었다. 울산박물관이 앞으로도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 공원이자 학습장으로 그 역할을 다할 것을 기
대해 본다.